기사제목 [포토에세이] 어느 늦은 하루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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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포토에세이] 어느 늦은 하루

기사입력 2017.10.04 15:1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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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홍콩타임스 포토에세이]

침사추이4.jpg
 
조금 늦은 퇴근을 하고 잠시 집에 들른다.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조심스레 방 한구석에 놓아두고 카메라 하나 챙겨 집을 나온다. 코즈웨이베이. 사람은 많지만 나 한 사람 마음 편히 쉴 공간은 부족한 이곳을 지나 완차이로 걸어간다. 길가에서 마주친 홍콩스런 간판들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영어로 된 평범한 간판을 눈으로 읽다 보면 완차이 페리피어에 다다른다.

침사추이로 가는 배에 올라 빅토리아 하버 한복판에서 내가 걸어온 길을 향해 눈을 돌려본다. 일과 생활을 하는 홍콩섬은 정작 그 안에 있을 때는 보기 힘들던 야경을 뽐내고 있다. 반대편에서는 홍콩섬과 또 다른 구룡반도의 매력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.

침사추이에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. 코즈웨이베이 못지않게 사람은 많지만 나도, 이들도 서로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. 편의점에서 맥주 하나를 사 벤치에 앉는다. 벤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쪽 구석에 비스듬히 앉아준 서양인 커플에게 고맙다는 눈인사를 보낸다.

눈 앞에 펼쳐진 광경 혹은 야경을 사진으로 담아본다. 언제나 그렇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보다 사진이 담아내는 것은 보잘것없다. 그래도 야경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풍경을 성실하게 담아 본다.

사진 몇 장을 찍고서 다시 벤치에 앉아 맥주 캔을 깐다. 비로소 나 한 사람 쉴 수 있는 공간에 도달했다는 안도감이 나를 덮는다. 일에 대한 피로, 사람에 대한 아쉬움, 금전적 문제 등은 더 이상 내 머릿속 공간을 차지하지 못한다.

대신에 ‘나라는 사람’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. 일련의 추억들, 가족에 대한 고마움, 친구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‘어떻게 살아야 할까’라는 근본적인 생각들을 주체적으로 하고 있다. 머리가 오랜만에 제 기능을 하고 있다.

얼마간 그렇게 바람을 쐬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. 한결 맑아진 머리로 잠시 잊었던 현실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본다. 왜곡이 걷히고 본질이 보인다. 피곤했던 하루에도 꽤 괜찮은 요소가 많았음을 깨닫는다. 사람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내가 좀 더 잘하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.

심야에 엠티알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. 방에 들어와 창문을 열고 주변을 정리한다.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는다. 핸드폰을 만지는 대신 가만히 눈을 감고 내일을 기대한다. 더 잘 해보자, 더 열심히 해보자... 되뇌다 그렇게 잠이 든다.

[홍콩타임스 한병철 기자]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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